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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농장> 조지 오웰의 우화에 숨은 주제에 대하여

by 이안녕 2024. 3. 7.

누구나 제목만은 한 번이라도 들어보았을, 조지 오웰의 시대를 초월한 걸작 "동물농장"은 우화적인 소설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1945년에 출판된 이 소설은 러시아 혁명과 그 여파에 대해 강력하게 비평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중요한 소설입니다만,  이 소설에서 다루는 주제는 역사적 맥락을 훨씬 넘어 현대 사회를 사는 오늘의 우리에게까지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오늘 이 글에서는 "동물농장"을 어째서, 얼마나 중요한 문학 작품인지를,  줄거리, 주제 및 기억에 남는 문장을 통하여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동물농장>의 세계와 줄거리

"동물 농장"의 세계에서는 모든 동물이 인간에게 가축으로서 키워지면서도 스스로 말을 하고 행동을 할 수 있는 존재로 등장합니다. 이 세계에서 동물들은 그들만의 평등한 이상향, 곧 유토피아를 추구하기 위하여 자신들을 그동안 가축으로서 억압해 온 인간들을 공격하고 농장의 체계를 전복시키고 있으며, 줄거리는 바로 이 농장 동물 집단의 격동적인 여정을 따르고 있습니다. 농장 안에서 나폴레옹과 스노우볼이라는 두 돼지가 이끄는 동물들은 새로이 발견한 자유와 평등을 구현하는 계명을 제정합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모두가 평등하다고 주장하던 바와 달리 지도자인 돼지들은 그들의 힘을 이용하여 자신들의 아래에 있는 동물들의 자유를 제한하고 억누르기 시작합니다. 이를 위해 그들이 차용하는 방식은 이전에 인간 주인들이 그들에게 행했던 억압적인 전술을 그대로 따르고 있어, 이전의 악법을 답습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동물농장"의 이야기는, 혁명의 결과와 그들의 이상이 침식당하여 변질되는 과정에 고군분투하는 동물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줌으로써 읽는이에게 가슴 조이는 긴장감을 선사합니다. 

 

<동물농장>이 탐구하는 세가지의 핵심주제

"동물농장"은 아래와 같이 크게 3가지의 주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1. 권력의 부패: "동물농장"의 핵심 주제 중 하나는 권력의 부패한 영향력입니다. 작가인 조지 오웰은 지도자 중 하나인 돼지 '나폴레옹'의 말과 행동을 통하여 권력자들이 집단적 이익보다 자신의 이익을 우선순위에서 제일 앞에 놓을 때에 아무리 고귀한 명분과 가치를 지녔던 혁명이라도 폭정에 빠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나폴레옹이 동물들을 점점 더 강하게 통제하고 자유를 제한하면서, 혁명 초반에는 평등주의였던 동물들의 원칙이 권위주의적 통치에게 밀려 결국에는 그 핵심적인 자리를 내주게 됩니다. 오웰은 이 아이러니한 현상을 가감 없이 보여줌으로써 통제되지 않은 권위의 내재적 위험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2. 러시아 혁명의 알레고리: "동물농장"은 소설이지만 완전한 허구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소설 내 모든 이야기는 러시아 혁명과 스탈린주의의 발생과 전개에 대한 강력한 알레고리로서 작용합니다. 트로츠키를 상징하는 이상주의적 지도자 스노우볼부터 스탈린을 형상화한 무자비한 나폴레옹에 이르기까지 각 인물과 줄거리는 실제 인물이나 사건을 그대로 투영하여 보여줍니다. 오웰의 이러한 우화(알레고리)는 독자들에게 정치적 야심을 만족시키기 위해 희생되는 인간의 대가가 무엇인가를 상기시키며 전체주의와 혁명의 이상을 배반한 실제 사건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주저하지 않습니다.


3. 맹목적 복종의 위험성: 오웰은 "동물 농장"을 통해 맹목적 복종이라는 주제와 그 치명적인 결과에 대해 깊이 탐구하고 있습니다. 자신들을 이끌어준 돼지에 대한 다른 동물들이 보여주는 충성심은 그 자체로 말미암아 그들이 아무것도 의심하지 못하게 할 뿐만 아니라 권력자들이 그들의 노동과 충성심을 조작하고 착취할 수 있도록 스스로의 제어권 역시 넘겨주게 합니다. 작가는 무비판적이고 맹목적인 충성심의 위험을 적나라하고 자세하게 묘사함으로써, 권력과 권위 앞에서 개개인을 굴복시키는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고 독자들이 자유와 자율성을 수호할 수  있도록 스스로 경계할 수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하고 있습니다.

 

<동물농장>의 유명한 대사

"모든 동물들은 평등하지만, 어떤 동물들은 다른 동물들보다 더 평등하다."라는 이 대사는 돼지들이 지도층이자 권력자로서 누리는 특권과 다른 동물들을 향한 억압을 정당화하기 위해 제정한 문구입니다. 이 말은 그들이 혁명의 이유로 내세웠던 평등의 원칙을 왜곡하고 있기 때문에 돼지 통치의 위선을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농장)밖의 생명체들은 돼지에서 사람을, 사람에서 돼지를, 다시 돼지에서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이미 어느 것이 어느 것인지 말하는 것은 불가능하였다." 이 잊혀지지 않는 비참한 결론은 혁명과 억압의 비극적인 순환을 강조합니다. 권력을 맛보고 독재자로서의 힘을 추구하게 된 돼지들은 이제 더 이상, 한때 그들이 저항하였던 인간이라는 폭압자들과 전혀 구별할 수 없을 만큼 그들과 똑 닮은 모습을 가지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네 다리는 좋고, 두 다리는 더 좋다!"라는 문장은 돼지들이 인간의 행동을 본받기 시작하면서 채택한 구호로, 이는 동물들의 혁명적인 이상에 대한 배반이자, 이기심과 권력을 상징합니다.

 

 

앞에서 살펴본 것을 다시 생각해보면, "동물농장"에서 보여준 오웰의 우화는 당시 러시아의 상황만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바로 지금 한국의 현실 사회와 비교해 보아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권력의 본질이 무엇인지와, 혁명과 자유는 완벽하지 않으며 어떤 상황에서는 우리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약하여 부서지기 쉬운, 그 취약성에 대한 성찰은 오늘날도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되는 것일 것입니다. 정치적 격변과 사회 변화가 가득한 이 시대에, 오웰의 경고는 폭정 앞에서 경계와 진실성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력하게 상기시켜 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