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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곡 <고도를 기다리며>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가

by 이안녕 2024. 2. 29.

 

실존주의 연극과 희곡의 영역에서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만큼 다양한 사유를 가능하게 하는 신비로운 작품은 없을 것입니다. 원래 프랑스어로 '고도를 기다리며(En attendant Godot)'로 쓰여져 1953년 초연된 이 걸작은 그 이후로 인간의 상태에 대한 희소 하면서도 심오한 주제로 전 세계 관객을 사로잡았습니다. 베케트는 미니멀리즘 설정과 신비로운 대화를 통해 읽는이와 보는이로 하여금 존재의 복잡성, 기다림의 허무함, 일견 터무니없고 비이성적인 세계에서 의미를 찾는 것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도록 합니다. 오늘은 베케트의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의 줄거리를 분석하고  그 안에 담긴 근본적인 주제를 해석함으로써 첫 무대에 올려진 후 수십 년이 지난 후에도 관객들에게 계속해서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이유가 무엇 일지를 알아보겠습니다. 또한 주제를 관통하는 중요한 문장 역시 살펴보겠습니다.

 

끝없는 기다림에 대한 이야기

"고도를 기다리며"는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곤이라는 두 명의 부랑자가 '고도'라는 사람이 오기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황량한 풍경 속에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그들은 지루한 일상생활을 하면서 종종 철학적인 대화를 하여 시간을 보내는 동안, 고도가 곧 올 것이라는 기대는 그들에게 희망과 절망을 동시에 안겨줍니다. 그러나 고도는 끝까지 도착하지 않기 때문에 등장인물들과 관객들은 불확실성과 실존적 불안에 시달리게 됩니다. 

이 희곡으로 공연된 연극에서 이 줄거리는 순환적인 성격을 갖는데, 이는 답이 없는 대화와 반복적인 행동을 통하여 드러납니다.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곤이 주인과 노예 관계인 포조와 럭키와 만나게 되면서 이야기에 권력 역학과 인간 관계의 부조리라는 서사가 더해지게 됩니다. 시간이 한참 흐르고 고도는 여전히 나타나지 않는데도 등장인물들은 여전히 고도를 기다립니다. 이러한 습관적인 기다림의 상태에 갇혀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통하여 인간 존재의 허무함이 더욱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기다림을 통하여 드러나는 주제

"고도를 기다리며"를 이해하기 위해서 알아야만 하는 핵심은, 이 이야기가 실존주의, 부조리, 그리고 의미 찾기라는 주제들과 씨름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연극은 암울하고 모든 것이 무의미해 보이는 세계에서 삶의 목적과 나아갈 바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물들을 보여줍니다. 기다림의 개념은 개인이 종종 자신의 삶에 의미를 가져다줄 무언가 또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자신을 발견하는 인간의 조건에 대한 은유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곤이 자신의 죽음과 신의 개입의 부재라는 필연성에 맞서면서 실존적 불안이 서서히 서사에 스며들게 됩니다. 극의, 정해진 바가 거의 없는, 미니멀리즘 설정과 적은 대사와 대화는 등장인물들이 겪는 공허함과 고립감을 부각시키며 많은 개인들이 자신의 삶에서 마주하는 실존적 공백을 마치 거울에 비친 듯 그대로 투영하여 보여줍니다.

게다가, "고도를 기다리며"는 시간, 정체성, 현실에 대한 전통적인 개념에 도전하여 과거, 현재, 미래의 경계를 모호하게 합니다. 인물들이 기억과 인식을 씨름하게 되면서, 그들은 존재의 일시적인 본질과 진실의 환상적인 본질에 직면할 수 밖에 없습니다. 궁극적으로, 베케트의 이러한 주제에 대한 천착은 관객들로 하여금 확실한 것이 아무것도 없는 세계에서 인간 조건의 부조리와 의미에 대해 성찰하도록 유도합니다. 

 

가슴속을 파고드는 통렬한 대사

"고도를 기다리며"에는 핵심 주제인 실존적인 불안에 대한 철학적인 대사들로 가득합니다. 그중 하나를 인용해 보자면, "시간은 멈췄습니다. 그것은 틀림없이 세상의 끝일 것입니다." 라는 시간의 흐름에 대한 블라디미르의 가슴 아픈 반성으로, 이 대사는 등장인물들의 방향감각 상실과 그들의 암울한 환경 속에서의 일상성의 정지 및 박탈 상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 다른 주목할 만한 대사는 에스트라곤의 실존적 사고의 결과물로 "아무것도 할 일이 없습니다."라는 문장 한 줄입니다. 이 한 줄은 "고도를 기다리며"의 이야기 안에서 여러 번 반복되는, 마치 노래의 후렴구와 같은 문장인데, 이는 등장인물들의 운명에 대한 체념과 그들이 하는 일들의 허무함을 반영합니다.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곤은 시간을 흘려보내는 듯 하루하루를 살아내며 자신의 존재 의미를 찾으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그들을 둘러싼 상황의 부조리에 맞서게 되는데, 이러한 모습은 이야기에서 내내 다뤄지는 실존주의적 주제를 반영하는 것입니다.

 


"고도를 기다리며"는 사유와 성찰을 끝없이 불러일으키는 희대의 걸작입니다. 사무엘 베케트는 미니멀리즘 미학, 신비로운 대화, 심오한 주제를 통해 인간 조건의 내재적 부조리와 불확실성과 불안함으로 가득한 세계의 의미를 함께 탐색하도록 관객들을 초대하고 있습니다. 연극이 제기하는 인간 존재에 대한 질문들을 피하지 않고 곰곰이 생각해 볼 때, 우리는 도전하고, 도발하고, 영감을 주는 실존주의 문학의 영원한 힘을 실제적으로 가슴 깊이 느끼고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